'개XX'란 말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동물 친화적인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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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바른말 고운 말을 쓰자는 것이 이 글의 취지가 아님을 미리 알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비위를 위해 구체적인 욕설과 비속어의 한국어 예시는 사용하지 않았으니 마음 편히 스크롤을 내리셔도 됩니다.

살다보면 욕이 꼭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뉘앙스와 결을 가진 수많은 단어 중에서도 욕설과 비속어에는 대체할 수 없는 어떤 특별함이 있는데, 적시에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직관적이고 명쾌하게(!) 의미 전달이 가능하며 말하는 이를 기분 좋게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종종 동물을 비하하는 욕설과 비속어를 입에 담습니다. 생각해보면 동물은 죄가 없는데도 말이지요? '반려동물 천만시대'를 맞아, 애먼 동물친구들을 끌어들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인간을 욕하고 싶은 한 고민을 나눠보겠습니다.


목차





우리는 왜, 어떻게 욕을 하는가?

어떤 표현이 욕설로서 그 지위를 갖는 것은 그 표현이 해당 지역에서 갖는 문화적 맥락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종 다른 언어로 번역하면 의미가 희석되어 본래의 용도로 쓸 수 없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역에서나 터부(taboo)의 소재가 욕설에 쓰인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1]인데요, 욕의 분류와 연상되는 감정, 이에 따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종교적인 대상, 초월적인 존재
    → 경외심 (예: damn, hell)
  2. 배설물, 배설 장기
    → 메스꺼움, 혐오 (예: shit, asshole)
  3. 질병, 죽음
    → 불안, 공포 (예: pox on you, cancer)
  4. 성(性)
    → 두려움, 혐오 (예: fuck, screw, dick)
  5. 소외 계층, 약자
    → 혐오의 감정 (예: nigger)

욕을 듣는 순간 우리는 위협적인 얼굴이나 소음을 마주했을 때와 비슷하게 반응합니다. 인간의 뇌에서 공포와 쾌락을 관장하는 바닥핵(amyglada)과 이성과 인지 능력을 관장하는 신피질(neocortex)이 자극 되면서, 과거에 학습된 해당 단어의 뜻과 맥락을 무의식 중에 떠올린다고 해요.

따라서 욕설은 청자의 주의를 끌거나 의미를 강조하거나 특정 대상을 모욕하고, 상황에 따라 화자를 강한 존재로 포장하거나 발화의 행위 자체만으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몇몇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욕설을 내뱉으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순간적으로 고통을 덜 느낀다고도 해요[2].

그 이유와 작용방식이 어찌 되었든, 욕설과 비속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 생활의 일부임은 분명합니다.




동물 욕의 작용 방식과 문제점

오랜 시간 동물은 인간에 비해 비천하고 윤리 의식과 지능이 낮은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따라서 동물과 관련된 욕은 위의 분류 중 5번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소외 계층과 약자 관련된 표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답지 않은, 즉 윤리와 도덕에 벗어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의 의미로 동물 관련 욕이 파생되고 사용되어 온 거죠[3]. 특정 인종이나 장애인, 여성 등을 비하 표현과 동일한 방식으로요.

이런 ‘짐승’의 맥락으로 모욕적인 표현에 쓰이는 대표적인 동물들은 다음[4]과 같습니다.

dog_--1

  • 연관 의미:
    · 비천하며 성관계가 문란함
    · 아무 데서나 배변을 함
    · 진짜가 아닌 것, 사이비 등의 부정적 의미
  • 실제:
    · 뛰어난 지능과 공감 능력, 학습 능력을 가진 동물
    · 영역 표시의 일환으로 신중하게 배변 장소를 선택하며, 충분한 배변 교육을 통해 ‘아무 데서나’ 배변을 하지 않을 수 있음
    · 보호자의 곁을 지키며 무한한 사랑을 주고, 보호자가 위험에 처하면 높은 확률로 그를 구할 잠재적 생명의 은인 (강아지는 우리를 구할 것이다 참고)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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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관 의미:
    · 욕심이 많고 불결함
    · 많이 먹음, 뚱뚱함,
    · 우둔함, 분별없이 교미함
  • 실제:
    · 개보다도 지능이 높고 인간과의 교감과 학습이 가능한 동물.
    · 일정한 음식 이상을 섭취하지 않음.
    · 충분한 공간이 주어지면 배변을 가릴 줄 아는 깨끗한 동물.

etc_-1

  • 연관 의미:
    · 탐욕스러움, 멍청함, 겁이 많음
  • 실제:
    · 지능이 발달했으며 인간과 교감할 수 있음.
    ·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스로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등 상당히 똑똑한 동물.
  • 국내에 약 200마리의 닭이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로 인간과 함께 살고 있다고 추정.

특히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개의 경우 어느 문화권에서나 다른 동물 관련 욕설보다 질적으로 많고, 양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위를 차지합니다. 이 외에도 소, 늑대, 여우, 곰, 뱀 등 많은 동물이 인간이 다른 인간을 욕할 때 쓰이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동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강화하는 혐오 표현입니다. 누군가를 어떤 외형에 가두어 겉모습뿐인 존재로 가치를 축소하고 그의 능력을 폄하하는, 전형적인 대상화의 문법[5]을 따르고 있죠. 어떤 동물은 뚱뚱하고 또 어떤 동물은 멍청하여 ‘인간보다 못난’ 존재이기 때문에 그 동물을 욕설로 사용하는 것은 해당 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차별과 폭력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욕설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실제로 그렇게 못나지 않았습니다. 표현의 사실성이 떨어져 욕으로 기능하기는커녕 오히려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요. 개, 돼지와 닭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생각보다 지능이 높고 인지·공감 능력이 뛰어나며, 인간과의 교감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 인간이 동물들과 함께한 유구한 역사를 생각해보면 비교적 최근의 발견이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엄연한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욕설과 비속어

사실 가장 욕심이 많고 비천하고 우둔한 것은 그들이 아닌 인간일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쓰여왔던 동물 관련 비속어와 욕설은 인간이 동물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그리고 동물을 비위생적이고 비윤리적으로 다뤄왔기 때문에 존재한 표현이고요.

언어는 본질적으로 시대의 필요와 정신을 담아 변화합니다. 영미권에서는 더 이상 흑인을 비하하는 'n'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쓰지 않고, 최근 한국에서도 장애인 비하의 뜻을 가진 욕설과 명칭을 사용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듯 말이에요.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는 말은 다름 아닌 이런 상황에서 쓰여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언어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동물에게도 무해하며 실제 욕으로도 충분한 효능을 발휘할 새로운 표현이 필요합니다. 인간이기에 가능한 진짜 나쁘고 못난 그 모습을 충분히 비난하고 모욕할 창의적이고 동물 친화적인 표현이요. 그렇게 사소하고 유난스러운 노력이 모인다면, 동물들이 인간과 함께 살기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1] ↑ Steven Pinker. (2010). Why We Curse. The New Republic.

[2] ↑ Stephens, R., Spierer, D.K., Katehis, E., Effect of swearing on strength and power performance, Psychology of Sport & Exercise (2017), doi: 10.1016/j.psychsport.2017.11.014

[3] ↑ 박갑수. (2012). 한중 동물 관련 욕설 문화. 한국언어문화교육학회 제6차 국제학술회의.

[4] ↑ 박갑수. (2012). 한중 동물 관련 욕설 문화. 한국언어문화교육학회 제6차 국제학술회의.

[5] ↑ 이정복. (2016). 한국어와 한국 사회의 혐오, 차별 표현.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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