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튜브', 유튜브 시대의 서커스가 될 것인가?

9 min read

목차





귀여움이 돈이 되는 시대

바야흐로 2020년, 인류는 유튜브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1분마다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영상의 분량은 약 500+ 시간[1].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남녀노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라고 합니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수많은 직장인과 초등학생이 이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거나, 훗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뉴미디어 세상이죠.

모든 연령층에서 유튜브가 1위 (와이즈앱)

시대불문 남녀노소 사람들은 귀여운 것을 좋아하므로 동물친구들이 유튜브에 출현하는 것은 놀랍지 않습니다. 점점 더 많은 반려인들은 유튜브에 동물친구와의 일상을 기록하며 공유하고, 비 반려인 상당수는 스스로를 ‘랜선 집사’로 칭하며 화면 속 귀여움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자고로 ‘이로운 것을 널리 하라’는 것이 우리 민족의 건국이념, 귀여운 걸 여럿이 같이 보고 행복해지자는 것은 물론 좋습니다. 동물친구들의 귀여움이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하고 말고요. 하지만 조회수와 구독자수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유튜브 세상에서 어떤 ‘귀여움’은 언젠가부터 불편하고 기괴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몇몇 동물 유튜브가 불편한 이유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은 자신을 대변할 수 없는 약자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과 다르게 그들은 자신의 안전과 존엄성이 위협받더라도 우리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스스로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동물 유튜브, 강아지 유튜브, 펫튜브, 고양이 유튜브, 투명벽 챌린지, 동물 먹방, 반려동물, 고양이, 강아지

그들의 안전과 존엄성이 위협받는 상황은 사람 기준의 ‘재미’를 위해 그들에게 자연스럽지 않은 무언가를 강요할 때 일어납니다. 예컨대 동물 먹방이랍시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이거나 동물 미용이랍시고 사람처럼 염색이나 화장을 할 때, 챌린지랍시고 투명한 벽에 부딪혀 얼굴이 짓눌리게 하고 억지스럽게 장애물들 앞에 밀어 넣을 때 말이지요.

이런 것들 대부분은 한 수의사 유튜버의 말을 빌리자면 ‘유튜브가 아니었더라면 굳이 하지 않았을 것들’[2] 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부자연스러움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클릭을 유도하고, 어떤 사람들을 웃게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부자연스러운 연출이 동물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히고 스트레스를 준다는 사실은 영상에 나오지 않죠. 슬프게도 어떤 이들에겐 그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고요.

동물 유튜브, 강아지 유튜브, 펫튜브, 고양이 유튜브, 투명벽 챌린지, 동물 먹방
챌린지... 꼭... 해야만 했나?

또 다른 불편함은 특정 품종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관심받을 때입니다. '품종 전시'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유명한 어떤 동물을 보고 같은 품종을 따라 사거나, 비슷한 SNS 채널을 만들기 위해 비슷하게 생긴 친구를 데려오는 등의 행동을 유도하곤 합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쉽게 동물을 찍어내 듯 만들어 사고 팔고, 버리기까지 할 수 있는 거대한 악순환에 기름칠을 하는 것과 같아요.

품종불문 세상의 모든 동물은 똑같이 예쁘고 소중합니다. 아무리 같은 품종이더라도 동물들은 각기 다른 성격과 외형을 지닌 특별한 존재이고요.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똑같이 생겼고 똑같이 생각하지 않듯 말이죠(물론 성격이 급하고 불같은 '경향'은 있을 수 있습니다). 영상을 만드는 입장에선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진정으로 동물을 사랑한다면 꼭 생각해봐야 할 지점 아닐까요?

동물 유튜브, 강아지 유튜브, 펫튜브, 고양이 유튜브, 투명벽 챌린지, 동물 먹방, 강아지, 품종전시
모두 다 똑같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유튜브를 통해 동물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많아진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지만, 동물에 대한 이해 없이 그들을 ‘귀여움’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것에 대한 경계는 필요합니다. 말 못 하는 강아지와 고양이, 햄스터와 앵무새도 분명 고통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 생명체이며,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이들이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인간 기준의 ‘귀여움’을 충족하기 위해 어떤 동물 유튜브는 이 시대의 서커스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물 유튜브가 이 시대의 서커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과 규제가 필요합니다. 유튜브 자체 콘텐츠 규정에는 아직 동물 관련 내용이 없고,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는 개인방송의 특성상 심의 규정에 따라 선정적 콘텐츠의 양산을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작년부터 어린이 유튜브에는 더 이상 개인 맞춤 광고가 붙지 않습니다[3]. 유럽의 경우 기본적인 심의 기준이 훨씬 구체적이며 까다롭고 뉴미디어에 대한 규제도 더욱 강력하고요. 어린이와 같은 맥락으로 동물 역시 스스로 판단하고 변호할 수 없는 약자라는 사실이 고려된 구체적이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동물 유튜브, 강아지 유튜브, 펫튜브, 고양이 유튜브, 투명벽 챌린지, 동물 먹방, 품종전시

우리에게 필요한 또 다른 것은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채널에 대한 응원입니다. 유기동물과 관련된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기부와 봉사에 나서고, 장애가 있는 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며, 동물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채널도 분명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채널들은 자극적이고 동물에게 유해한 콘텐츠만큼의 반응을 아직 얻지 못합니다. 이들이 소개하는 이야기이야말로 동물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이라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인데 말이지요. 하지만 그들의 선한 영향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며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동물 유튜브, 강아지 유튜브, 펫튜브, 고양이 유튜브, 투명벽 챌린지, 동물 먹방, 품종전시

이 모든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그저 한 번쯤은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과연 이 상황이 동물에게도 재미있을까? 화면 속 이 모습이 과연 정말 귀여운 걸까? 귀여움이란 무엇일까? 하고요. 어쩌면 그게 가장 어렵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 테지만요.


[1] ↑ 구글코리아 대표 존 리(John Lee)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유튜브에는 500시간 이상 분량의 영상이 새로 업로드 된다. 제 20대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신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하여 밝힌 입장을 참고

[2] ↑ 미국수의사[The Veterinarian's Diary] 채널의 개먹방, 유기견 구조, 동물 유튜브가 불편한 이유-갑수목장 그 이후 영상

[3] ↑ 경향일보. (2019). 유튜브, 아동용 동영상에 맞춤형 광고 금지 초강수···키즈 유튜버 ‘빨간불’


・ 퍼플잼의 모든 콘텐츠는 '콘텐츠산업진흥법'에 따라 제작 또는 갱신 일로부터 5년간 보호됩니다. 상업적 목적으로 무단 복제, 모방 시 법적인 처벌을 받습니다.
・ 콘텐츠의 명칭: 상품설명 구성 및 내용, 이미지, 영상, 컨텐츠, 디자인
・ 콘텐츠 제작자: 주식회사 퍼플네스트

희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