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빠른 집사를 위한 고양이 몸짓 언어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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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평생 함께하는 집사 생활 가이드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고양이는 정말이지 알쏭달쏭한 생명체입니다. 특히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하고 나서는 ‘뭐지?’,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라는 질문을 참 많이 하게 되죠. 우리가 고양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고양이가 유난히 말수가 적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고양이는 소리보다 몸짓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동물이거든요.

하지만 아마 고양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아닐까요. 어쩌면 ‘이렇게까지 내가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나의 인간은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하고 속상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양이들은 원래 거의 소리를 내지 않지만 굳이 사람을 위해 소리 내어 ‘야옹’하고 말을 걸어준다는 말도 있잖아요.

누군가를 위해 그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아주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사랑의 표현인 것 같습니다. 상대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세계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니까요. 오늘도 우리에게 ‘야옹’하고 말을 걸어주는 다정한 고양이들을 위해 집사들의 제2외국어, 고양이의 몸짓 언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고양이를 대하는 기본 애티튜드

먼저 고양이에게 다가가기에 앞서 갖춰야 할 기본 태도입니다. 고양이에게 호감을 갖고 다가가는 모든 이가 애티튜드 문제로 고양이에게 외면당하는 불상사를 겪지 않길 바랍니다.

적당한 거리를 지켜주자

고양이는 적당한 거리를 좋아합니다. 물론 다가오는 인간과 친해지고 싶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에 고양이가 판단할 몫. 고양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름의 성격과 생각,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 이를 존중해 주세요. 어쩌면 오늘 컨디션이 별로일 수도, 어떤 냄새가 썩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아니면 워낙 겁이 많을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고양이에게는 자신을 귀여워하는 모든 인간을 좋아하고 반겨야 할 책임과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고양이와 가까워지고 싶을수록 적당한 거리를 두고 기다려주세요. 섣불리 만지려고 손을 뻗거나 무릎에 앉히려고 잡아 들면 조심성이 많은 고양이는 깜짝 놀랄 겁니다. 침대 밑이나 커튼 뒤에 숨어 있는데 억지로 나오게 한다면 더욱 움츠러들 거고요. 시간이 지나 마음이 놓이면 스스로 다가와 냄새를 맡기 시작할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조용히, 조용히 있자

고양이는 사람에 비해 거의 모든 감각이 발달한 기민한 사냥꾼입니다. 뛰어난 청각, 후각, 촉각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인간에겐 작은 소리와 행동도 고양이에게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익숙한 반가움과 호감의 인사가 고양이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어요.

따라서 고양이의 곁에서는 평소보다 목소리를 조금 낮춰 주세요. 물론 고양이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엽긴 하겠지만 ‘꺄!’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는 것은 고양이 입장에선 조금 당황스럽고 무례한 행동입니다. 고양이는 조용한 환경을 선호하는 조심성 많고 온화한 동물로 크고 낯선 소리,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높은 목소리를 무서워한답니다.

고양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본 애티튜드를 탑재하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고양이가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얼굴을 보고 읽는 고양이의 기분

아름답고 잘 생긴 고양이의 얼굴. 고양이의 얼굴은 사냥에 최적화된 초고성능 레이더이자 고양이의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입니다. 고양이가 얼굴을 써서 주변의 청각, 시각, 촉각 정보 수집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고양이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공략할 포인트는 바로 귀와 눈, 그리고 수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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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귀는 20개 이상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거의 하루 종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빠르고 섬세하게 움직입니다. 고양이의 동공은 빛의 양과 심리 상태에 따라 세로로 축소되거나 둥글게 확장되고, 고성능 안테나와 같은 수염은 공기의 흐름과 주변 물체를 감지하죠. 이렇게 언제나 본능적으로 주변을 탐색하고 있는 귀와 눈, 수염의 움직임은 고양이의 ‘표정’과도 같습니다.

고양이의 귀
편안한 상태일 때 고양이의 귀는 위로 솟아 있고, 소리가 들리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혹시 고양이를 불렀을 때 대답하거나 오지 않아도 귀를 움직인다면 ‘응 그래, 듣고 있어’ 정도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마징가 귀’라고도 불리는 납작하게 눌린 귀는 화가 났거나 두려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고양이의 눈
고양이는 흥분했거나 방어적일 때 동공이 커지고, 편안한 상태일 때 동공이 작아집니다. 더 많은 시각 정보를 얻기 위해 동공을 키우는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으로,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입니다.
고양이가 눈을 깜빡이지 않고 쳐다보는 것은 도전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눈을 깜빡이거나 시선을 피하는 행동은 사냥과 방어에 불리한 자세로 있어도 괜찮을 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이고요. 빈틈없는 사냥꾼의 피가 흐르지만 내 인간에게만은 따뜻한 고양이의 매력입니다.

고양이의 수염
고양이의 수염은 평소 자연스럽게 늘어져 있습니다. 반면 고양이가 위험을 감지하고 공격 태세를 취할 때, 또는 호기심이 발동해 더 많은 촉각 정보를 수집하고자 할 때 앞으로 움직입니다. (고양이 수염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에서)




꼬리를 보고 읽는 고양이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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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꼬리에는 몸의 균형을 잡는 것과 더불어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먼 옛날 드넓은 풀밭에서 살던 시절 멀리 있는 서로에게 꼬리로 감정을 표현했던 영향이라고 해요.

고양이의 꼬리는 척추에서 이어지는 약 26개의 뼈와 신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섬세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며, 페로몬을 분비하는 냄새샘이 있어 영역 표시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꼬리는 통증에 예민하고 골절되면 회복할 수 없습니다. 중요하고 예민한 부위인 만큼 섣불리 만지거나 밟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고양이의 꼬리

우선 고양이가 꼬리를 높이 세워 부르르 떤다면 매우 좋은 신호입니다. 꼬리가 당당하게 하늘 위로 솟아 있을수록 자신 있고 기분이 좋은 상태. 고양이가 꼬리를 다른 동물의 몸에 가져다 대는 행동은 자신의 냄새를 묻혀 영역 표시를 하는 것으로 사람의 어깨동무나 팔짱과 같은 애정의 표현입니다.

반면 꼬리가 아래로 내려가고 빠르고 크게 움직일수록 부정적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탁탁! 하고 꼬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것은 경고의 제스처입니다. 지금까지는 참아줬지만 계속하면 화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니 고양이의 반응을 지켜봐야 합니다. 고양이는 깜짝 놀랐을 때 꼬리의 털을 곤두세워 몸집을 커 보이게 만들고, 극심한 공포를 느끼면 아래로 말아 생식기를 보호합니다.


우리에겐 고양이처럼 멋진 수염도 꼬리도 없지만, 고양이의 몸짓 언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집사 노릇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면 천천히 깜빡일 수 있고, 꼬리를 탁탁! 내리친다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방금 무엇이 고양이를 불편하게 했는지 고민할 수도 있어요. 고양이가 우리에게 ‘야옹’할 때 그렇듯,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분명히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간다면 고양이가 거슬려하지 않을 목소리에 마음을 담아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그도 분명 느낄 거예요. 비록 나와는 아주 다른 언어를 쓰지만, 그래서 가끔 답답할 때도 있지만, 분명 이 인간은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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