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티어하임, 카라 더봄센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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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이맘때 여러분에게 책을 한 권 소개해 드린 적이 있어요. 바로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그 책은 벽돌 한 장, 뜰 한 켠이 되어 새 가족을 기다리는 동물친구들에게 따뜻한 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구조된 친구들이 단순히 먹고 자기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아직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꼭 필요한 동물 친화적인 보호소이자 성숙한 반려문화의 이정표와 같은 곳이기도 해요. ‘가여움이 아닌 반가움의 공간[1], 그리고 한국의 티어하임이라 불리는 그곳, 카라 더봄센터에 다녀왔습니다.


목차





세상에 이런 보호소가

더봄센터의 위치는 경기도 파주 금곡리. 조금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맑은 공기, 멋진 산과 강이 있고 철새들이 떼 지어 날아가는 장관도 볼 수 있는 좋은 동네입니다. 자유로를 타고 주변 경치를 즐기며 ‘혹시 이제 곧 북한일까’ 싶은 즈음이면 어느새 도착하는 그곳!

이곳은 경기도 파주시 금곡리

입구에서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이해 주는 것은 바로 동물친구들의 입간판. 이곳에서 지내는 친구들이 다 똑같은 ‘유기동물’이 아닌, 각자 다른 이름과 성격, 사연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 입체적으로 와 닿는 순간입니다.

역시 좋은 것은 크게 보아야 하는 법

그다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앙정원과 3층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잔디밭을 중심으로 휠체어를 탔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과 동물 누구나 편하게 3층 옥상정원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완만한 오르막이 마련되어 있어요. 바람이 시원하고 갈대가 멋진 3층은 아이들의 데일리 산책로이자 예비 가족과 함께 친해지는 만남의 공간이라고 합니다.

사람과 동물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
금곡리 최고의 뷰맛집 옥상정원

더봄센터 견사의 첫인상은 신기할 정도로 냄새가 심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강아지 친구들이 한 곳에서 지내는 보호소는 어쩔 수없이 동물 특유의 냄새가 날 수밖에 없는데 말이죠. 게다가 아이들도 너무나 깨끗하고 건강한 상태였습니다. 뽀송뽀송하고 고운 털 결이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 마치 마음의 준비만 되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입양 갈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씩씩하고 멋진 강아지 친구들
입구 입간판으로 맞아주었던 멋진 강아지 '말론'
입구 입간판으로 맞아주었던 멋진 강아지 '디아나'

모든 방에는 냉난방 시설과 조명, 테라스가 갖춰져 있어요.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게, 테라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바깥 냄새도 맡고 옆방 친구와 놀기도 하면서 강아지답게 지낼 수 있습니다. 건물의 구획이 나눠진 곳에는 안전을 위해 중간 문이 여러 겹 설치되어 있고요.

사료량과 복용약, 급여 시 주의 사항이 적혀 있다
견사마다 부착된 아이들의 프로필

그렇게 이곳에선 모두에게 충분한 자기만의 공간이 주어집니다. 1견 1실을 쓰는 대형견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같이 구조되었거나 성격과 덩치가 비슷한 룸메이트와 방을 함께 쓰기도 해요. 공간이 좁아 서로 눈치보고 싸울 필요도 없고, 누구 하나 구석에 숨지 않아도 돼요. 지금까지의 아픈 기억을 뒤로 하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아 새 출발을 준비할 수 있는 안전한 곳입니다.

서로 친하고 비슷한 아이들이 한 방을 쓴다
사이 좋은 룸메이트
(아마도) 둘 다 조용한 편

건물에서 가장 경치가 좋고 볕이 잘 드는 곳은 고양이들의 공간입니다. 견사에서 철저하게 분리된 이곳은 마치 다른 세계처럼 고요하고 평온했어요. 방묘문 처리가 된 넓은 창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고, 입주묘 모두가 나눠 쓸 수 있는 캣타워와 화장실, 숨숨집과 장난감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바닥을 따뜻하게 데우는 보일러가 아이들의 아픈 과거까지 녹여 내리길 바라게 되는 평화로운 오후였어요.

특별한 관심과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의 공간에는 더 많은 사랑의 흔적이 묻어났습니다. 병에 걸려 자꾸 벽에 부딪히는 아이의 방 벽에는 쿠션 장치가 둘러져 있고, 공격성이 심하고 시각 자극에 예민한 아이의 방 문에는 반투명 시트지가 붙어 있습니다. 구조된 지 얼마 안 된 친구들은 2주 동안 격리된 공간에서 검진과 치료를 받으며 입소 준비를 하고 있고요.

벽에 부딪혀도 다치지 않도록 설치한 쿠션
입소에 앞서 치료와 검사를 받는 격리 공간
망원동에 있던 카라 동물병원도 이전할 예정

더봄센터는 난생처음 경험하는 쾌적하고 세련된, 언제라도 또 오고 싶어 지는 보호소였습니다. 그리고 발길을 옮길 때마다 곳곳에 보이는 후원 명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함께 지었고 응원하고 있는지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더봄센터 살림에 힘을 보태 주신 많은 분들



한 마리도 빠짐없이 돌보는 사람들

동물 친화적인 설계와 쾌적함만큼이나 더봄센터가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돌봄팀장님이셨습니다. 160마리 입주 동물 모두의 이름과 사연, 건강 상태와 특이사항을 한 마리도 빠짐없이 줄줄이 꿰고 계셨거든요. 이런 팀장님과 활동가 분들의 사랑을 받으니 아이들이 예쁘고 건강할 수 있구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카라와 8년째 함께하고 계신 동물돌봄팀 손소연 팀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더봄센터는 어떤 분들이 이끌어가고 계시나요? 더봄센터를 이끌어가는 활동가 팀을 소개해주세요.

저희 카라는 망원동 더불어숨 센터와 파주 더봄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숨센터가 오피스와 병원, 도서관, 교육의 장소라면 이곳은 보호소입니다.

더봄센터는 총무님, 입양팀, 그리고 저희 동물돌봄팀이 있어요. 총무님 1분과 입양팀 1분, 그리고 돌봄팀 총 14명 중 하루에 10명 정도가 출근을 하고 있어요. 입양팀의 다른 분들은 망원동에 계세요.

더봄센터 건물 면적이 520평이고 전체 부지가 1,231평, 그리고 160마리의 동물이 지내고 있거든요. 그런데사람은 하루 평균 11명 정도가 있으니 인구밀도가 상당히 낮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웃음).

Q. 더봄센터에는 어떤 동물친구들이 지내고 있나요?

대부분 개농장이나 보신탕집, 호더나 훈련소라는 명목으로 운영되는 교배소 같은 곳에서 구조한 개체들이에요. 그리고 예전부터 카라가 봉사하고 도움을 드렸던 사설 보호소들에서 지내던 친구들도 있고요. 시립 보호소와 달리 사설 보호소는 재정적 지원이 없어 어려움이 크거든요. 그런 보호소들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때 동물들을 데려오곤 합니다. 지금도 구조는 계속되고 있어요.

그렇게 비교적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아이들이다 보니 대부분 사회화가 느려요. 어렸을 때 안 좋은 것을 많이 보고 경험해서 마음의 문이 닫힌 아이들도 많고요. 하루빨리 사회화를 잘해서 모두 입양 보내는 것이 저희 센터의 목표입니다.

Q. 입양을 간 친구들도 벌써 있나요?

그럼요, 꽤 많이 갔어요. SNS를 통해 꾸준히 입양 홍보를 하고 있고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강아지는 131마리, 고양이는 32마리가 새 가족을 만났어요. 지금 센터에는 160마리 정도 지내고 있고요.

Q. 더봄센터의 동물친구들, 그리고 활동가 분들의 하루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우선 저희가 출근하면 아이들은 오전 9시에 밥을 먹어요. 약을 복용해야 하는 아이들은 약도 먹고요. 아침 식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청소가 시작되는데, 그동안 아이들은 테라스나 중앙정원에서 놀거나 옆에서 기다려요. 매일 모든 견사를 물로 깨끗이 닦고 배설물을 치우는데 12시까지 청소를 하고 나면 저희 활동가들도 점심 식사를 해요.

오후 일정은 주로 산책과 맞춤형 사회화 훈련입니다. 미용과 목욕을 하기도, 테라스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요. 4시가 되면 아이들은 다시 밥을 먹고 나면 저희는 간단한 마무리 청소를 하죠. 그리고 저녁에 저희가 퇴근하면 아이들은 쉬다가 잠이 듭니다.

다양한 재질의 바닥을 체험할 수 있는 놀이터
꼼꼼하고 꾸준한 맞춤형 산책 스케줄

Q. 더봄센터의 동물돌봄팀장으로 지내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저는 마음의 문이 닫힌 아이들을 사회화시켜 나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한 번은 유난히 겁이 많던 한 친구에게 5일 동안 ‘앉아’만 가르쳤던 적이 있어요. 어찌나 겁이 많은지 절대, 절대 앉으려 하지 않는 거예요. 노력 끝에 5일째 되던 날 얘가 딱 앉는데 그때의 그 기분이란! ‘아 이제 됐다!’ 싶었어요.

그렇게 ‘앉아’를 시작으로 그 아이는 산책 줄도 매고 밖에 나갈 수도 있게 되었어요. 오랜 시간 좁은 곳에 갇혀 지내서 사람과 주변의 모든 것이 두려워졌던 아이였거든요. 하지만 산책을 하면서 비로소 강아지답게 살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그 아이에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거죠. 그 친구는 이제 입양을 가서 가족과 잘 살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매일 견사에 들어가요. 천천히 다가가 간식을 주고 조금씩 만지면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주기 위해서요. 그리고 마침내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때, 진짜 ‘쫄보’에게서 조금이라도 입양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할 때 가장 기뻐요.

Q. 동물돌봄팀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아까 보셨지만 여기엔 어르신(노령 동물)들이 참 많아요. 아무래도 어르신들은 질환도 하나쯤 갖고 있고, 젊은 아이들만큼 예뻐 보이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안타깝지만 남은 평생 새로운 가족을 만나 자신만을 위한 사랑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요. 그렇게 입양 못 가고 저희 곁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언젠가 꼭 어르신 대상의 임보(임시 보호)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미국의 포스터링(fostering)처럼 한국에도 전문적인 임보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나이가 많아 입양을 가기 힘든 아이들에게 잠시라도 온전한 관심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거든요. 저희가 지금은 너무 바빠서 추진을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예요.

Q. 초반에는 인근 주민분들의 더봄센터 건립 반대가 심했지만 설득의 노력 끝에 이곳에 자리잡은 것도 매우 인상 깊었어요. 더봄센터가 지향하는 지역사회와 동물보호소의 이상적인 관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곳 금곡리를 비롯한 파주와 경기도의 반려동물 문화를 개선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더봄센터의 궁극적인 목표예요. 센터에 대한 지역의 반대가 심해서 여러 차례 설득했는데도 아직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동물에 대한 인식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요.

한국의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금곡리에도 떠돌이 개와 고양이가 정말 많아요. 그래서 로드킬도 많이 일어나고요. 보호소에 대한 인식과 중성화의 필요성, 그리고 동물에 대한 인식까지 천천히 이 지역 전반의 반려동물 문화를 개선해 나아가고 싶어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금곡리만이라도!

금곡리 길고양이들을 위해 마련된 더봄센터 급식소

Q. 더봄센터가 보호소의 표준,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더봄센터가 지어지고 나서는 보호소 설립을 준비하는 다른 지자체에서 견학을 오시기도 해요. 지난주에는 평택시에서 다녀가셨어요!

아직은 국내에 동물 친화적인 건물이나 보호소의 기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저희도 센터를 준비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어쨌든 더봄센터가 먼저 지어졌으니 대안적인 보호소의 ‘올바른 샘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생겨날 많은 곳들과 함께 동물보호소 설립과 운영의 원칙, 기준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모든 사람과 동물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
지나가는 새가 부딪히지 않도록 제작된 버드세이브

Q. 코로나로 인해 더봄센터는 어떤 어려움들을 겪고 있나요?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올해엔 자원봉사 지원도 못 받고 예정된 교육도 대부분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요. 활동가들이 열심히 동물을 돌보고만 있는 상태예요. 센터 투어와 자원봉사는 단순히 일손이 부족해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분들에게 저희 같은 대안 보호소의 경험을 제공하고,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담론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또 한 가지 어려움은 후원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모두가 살기 힘드니까 그런 거겠죠. 정말 안타까운 일이예요.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보호소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요, 더봄센터는 정말 어렵게 처음으로 만들어진, 우리에게 꼭 필요한 대안 보호소입니다. 구조동물의 치료와 사회화를 통해 입양이 실제로 가능하며 예비 반려인과 반려인 모두를 위한 문화와 교육의 공간. 그들이 다 같은 ‘유기동물’이 아닌 각자의 특별함과 이야기가 있는 소중한 개체로서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공간. 지금껏 우리에게 없었던, 하지만 꼭 필요한 공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놀라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활동가 분들의 노고에 경의와 응원을 전합니다. 가사노동을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누구나 알 거예요, 고작 1명이 먹고 자는 생활 공간이 ‘멀쩡한 상태’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품이 드는지 말이죠. 각자 다른 상처를 지닌 160마리의 동물이 함께 지내는 공간이 이토록 쾌적하고 조화로울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활동가 분들의 피, 땀, 눈물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에게 받은 상처가 아물고 다시는 아프지 않도록 보살피기 위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었을 까요. 얼마나 오랜 시간 청소를 하고 아이들을 씻기며, 내 것을 대신 내어주고 인내하며 사랑해 주었을 까요. 지금까지 이곳의 많은 아이들이 입양을 갔고 앞으로도 분명히 갈 수 있을 이유는 꼼꼼하고 살뜰히 동물들을 돌보는 분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젠가는 한국도 유기동물 없는 네덜란드처럼 동물친구를 처음 만나는 곳이 펫샵이 아닌 더봄센터와 같은 보호소가 되길 바랍니다. 그날까지의 험난하지만 의미 있는 여정에 누구나 함께할 수 있습니다. 후원, 입양, 봉사를 통해 더봄센터와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이불과 신문지 등 물품 후원은 카라 나눔정원에서

[1] ↑더봄센터의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이나 작사가님이 센터에 선물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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