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변호사, 그리고 말 없는 이들을 위한 변론

11 min read

우리에게 변호가 필요할 때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살다 보면 일어날 수 있어요. 바로 법적 대응이 필요할 때 말이에요. 개인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그래서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할 때. 그럴 때 우린 변호사의, 그리고 법의 도움을 찾게 됩니다. 연속극에 종종 등장하는 대사이기도 하잖아요?

"법대로 해결합시다!"
(하고 변호사를 찾는다)

하물며 사람도 그런데,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동물들의 속사정은 더 하지 않을까요? 말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이유로 동물들은 인간의 편의와 이익에 따라 쉽게 이용되곤 하니까요. 그런데 그런 동물들을 법정에서(!) 대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멋지지 않나요? 사회에서 가장 작고 약한 존재, 동물들의 권리와 존엄성을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내는 동물 변호사 들을 소개합니다.


목차





스위스의 동물 변호사 앙투안 괴첼

동물친구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스위스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

스위스는 최초로 동물의 존엄성을 헌법에 명시한 곳이에요. 그리고 대부분 국가의 동물보호법과는 달리 사람-물건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사람-동물-물건이라는 삼분법을 도입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스위스 민법은 살아있는 모든 동물, 즉 거미와 꿀벌, 달팽이와 같은 무척추동물까지도 보호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고요[1].

이렇게 넓은 범위의 동물을 대상으로 고통이나 신체적 상해, 위협을 가하는 다양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금지하는 행위의 정도와 디테일도 남달라요. 예를 들어 스위스에서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광고, 방송, 영화 등에 동물을 출연시키는 것이 불법(!)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금붕어의 경우 단체생활을 하는 어종이기 때문에 홀로 가둬 놓는 것을 학대로 규정하며, 어항의 형태와 조명도 법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해요[2].

스위스, 중립국, 앙투안 괴첼, 동몰 보호법, 동물 변호사, 복지 국가, 동물 복지, 동물 학대, 동물 학대 처벌, 헌법
동물들의 유토피아, 평화로운 중립국

이렇듯 스위스가 동물들이 비교적 살기 좋은 곳이 되기까지는 많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했는데요, 앙투안 괴첼 (Antoine Goetschel)은 동물 보호법과 윤리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동물의 권리를 위해 헌신한 대표적인 동물 변호사예요. 1992년 헌법에 동물의 존엄성을 명시하는데 큰 공헌 을 했을 뿐 아니라 2007년부터 3년 동안 취리히의 주립 형사소송 관련 동물복지 변호사 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스위스, 중립국, 앙투안 괴첼, 동물들의 소송, 동몰 보호법, 동물 변호사, 복지 국가, 동물 복지, 동물 학대, 동물 학대 처벌, 헌법, 강아지, 네눈박이 강아지
강아지를 소중히 하는 편
당시 스위스는 주(州)마다 담당 동물 변호사를 지정하여 피해를 입은 동물의 입장에서 검경을 지원하며 범죄 수사를 진행했대요. 동물을 의도적으로 학대하거나 방치한 보호자, 동물에게 잔인한 행위를 가한 사람을 상대로 법정에서 동물의 입장을 대변한 국가의 정식 동물 변호사였던 거죠[3].

동료들과 함께 ‘법 체계 내의 동물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기도 한 그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동물들의 권리 개선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강연, 법적 자문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동물권에 대한 강연 중인 괴첼

그중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온 책이 한 권 있는데 바로 <동물들의 소송>. 이 책에서 괴첼은 논리와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쉽고 부드러운 언어로 동물도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살아있는 존재임을, 그리고 종(種) 고유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동물과 인간 모두를 위한 일 임을 설득합니다.

스위스, 중립국, 앙투안 괴첼, 동몰 보호법, 동물 변호사, 복지 국가, 동물 복지, 동물 학대, 동물 학대 처벌, 헌법, 동물들의  소송
표지의 동물들은 입이 없는데, 이는 말하지 못함을 표현한 것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동물과 관련하여 현실에서 부딪히는 도발적이고 불합리한 질문에 맞서는 실전 가이드인데요. ‘지나치면 안 된다’, ‘사람을 먼저 도와주어야 한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등의 지적에 맞서는 반박 논리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동물보호를 주제로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노력이라고 따뜻하게 격려하고 있습니다[4].

책의 마지막 장, 감사의 말 끝머리에 그가 동물들에게 감사를 표한 부분을 보면 그가 얼마나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어요.

“동물들에게는 이들이 제공해준 무한한 데이터와 이들의 존재 자체만으로 무한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동을 받고 활력을 얻으며 때로는 슬픔을 느낀다. 어쩔 수 없는 포기와 인내를 감내하며 꿋꿋이 살아온 것만으로도 동물들은 나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만하다. 수많은 고난이 있겠지만 곧 법과 도덕 그리고 특히 일상적으로 동물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의 동물 변호사 단체: PNR

이와 비슷하게 한국에서 동물에 대한 처우 개선에 앞장서는 법조인 단체가 바로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엔알 (People for Non-people, 이하 PNR)입니다.

피앤알, pnr, 동몰 보호법, 동물 변호사, 복지 국가, 동물 복지, 동물 학대, 동물 학대 처벌, 헌법, 비영리 단체, 동물권
'비인간 동물의 권리를 연구하는 사람들'

PNR은 동물권 증진에 관심이 많은 변호인들이 모여 2017년에 설립한 동물 권리 연구단체 예요. 지금까지 생명권네트워크변호인단,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등 다양한 단체가 있었으나, 정식으로 출범한 최초의 비영리단체 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소속 변호사님들은 퇴근 후 시간을 쪼개어 활동하며,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로서 개의 지위를 강화하고 개고기 유통과 도살장에 대한 국가의 단속을 요구하는 등 반려인이라면 이미 관심을 갖고 있을 법한 많은 이슈에 힘을 쓰고 계세요.

피앤알, pnr, 동몰 보호법, 동물 변호사, 복지 국가, 동물 복지, 동물 학대, 동물 학대 처벌, 헌법, 비영리 단체, 동물권
PNR의 공동대표 박주연, 서국화 변호사님

이밖에 동물 복지 개선을 위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며 그 내용을 널리 홍보하고, 법률 개정과 정책 시행 지원, 강연과 칼럼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한다고 해요. 네이버 동그람이에 연재되는 동물과 함께하는 法 칼럼을 통해 동물들과 관련된 일상 속 법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피앤알, pnr, 동몰 보호법, 동물 변호사, 복지 국가, 동물 복지, 동물 학대, 동물 학대 처벌, 헌법, 비영리 단체, 동물권
네이버 동그람이에 연재 중인 칼럼
변호하는 동물친구들을 위한 진술을 작성하기 위해서 학대 영상을 두 눈 부릅뜨고 확인하는 고통을 감내하고, 동물들이 겪는 고통에 울면서 고발장을 쓰기도 하고, 어린이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연과 프로그램은 꼭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PNR의 변호사님들. 현재 동물 법에 대한 바이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을 집필 중이라고도 하니, 이 역시 기대가 됩니다.

이렇게 강하고 멋진 분들 이 있기에 동물친구들과 함께하는 우리 사회는 천천히 그리고 분명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을까요? 말 못 하는 동물들을 위해 노력하는 이분들을 응원하고 싶다면, 칼럼 구독과 SNS 팔로우(페이스북인스타그램), 그리고 후원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함께 잘 살기 위하여

독일의 동물 보호법은 다음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인간은 동물의 생명과 복지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아무도 합당한 이유 없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한 나라의 법을 보면, 그 나라의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장 약자가 받는 대우가 그 사회 전체가 받는 대우 라고도 하는 거겠죠. 오늘날 한국에서 동물친구들이 받는 대우를 생각해보면 분명 갈 길이 멀게 느껴지지만, 건강한 대화와 토론, 각자의 크고 작은 노력이 모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동물과 사람을 비롯해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가 평화롭게 공존 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1] ↑김수진, 동물관련법제의 개선방안연구, 한국법제연구원, 2004.11, 15면

[2] ↑스위스에서 금붕어 '한 마리' 키우는 것은 '불법' . (2016.7.29). 펫이슈

[3] ↑앙투안 F. 괴첼. (2016). 동물들의 소송 (pg. 190). 서울: 알마 출판사.

[4] ↑앙투안 F. 괴첼. (2016). 동물들의 소송 (pg. 212-220). 서울: 알마 출판사.




・ 퍼플잼의 모든 콘텐츠는 '콘텐츠산업진흥법'에 따라 제작 또는 갱신 일로부터 5년간 보호됩니다. 상업적 목적으로 무단 복제, 모방 시 법적인 처벌을 받습니다.
・ 콘텐츠의 명칭: 상품설명 구성 및 내용, 이미지, 영상, 컨텐츠, 디자인
・ 콘텐츠 제작자: 주식회사 퍼플네스트

희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