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산책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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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 살고 있는 이들에게 영원한 숙제인 산책. 다들 ‘산책, 산책’ 하는데, 왜 매번 산책이 답이라는 걸까요? 산책의 중요성부터 성공적인 산책의 지표까지, 개와 함께하는 산책에 대해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왜 그토록 산책이 중요하다는걸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우선 개는 산책을 하며 새로운 냄새를 맡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시각에 가장 의존하는 반면, 개에게는 후각이 제1의 감각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듯이 개에게 산책은 독서요, 사회생활이며, 큰 행복이에요. 같은 냄새만 오래 맡으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다채로운 냄새 읽기로 심신의 안정을 찾는다고 하니, 과연 개에게 냄새는 절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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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냄새로 세상을 본다

실제로 개는 사람의 10만 배에 달하는 후각의 소유자로, 경이로울 정도로 많은 것을 냄새로 읽어낼 수 있습니다. 후각을 담당하는 신체 기관 역시 월등히 발달했는데, 뇌의 크기는 사람의 10분의 1 정도지만 후각을 관장하는 부분은 3배라고 해요. 또 공기 중 후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후각 수용체 역시 개는 약 2억 5천만 개를 갖고 있으며, 이는 사람의 약 40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 규모의 수영장 2개를 합친 곳에 떨어진 피 한 방울도 감지할 수 있는 후각 능력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사람에게서 슬플 때 나오는 호르몬의 냄새를 맡아 보호자의 감정을 읽어낸다고 하니, 우리에겐 거의 초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괜히 ‘개 코’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님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따라서 개에게 산책의 8할은 코로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인간의 산책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개에게 좋은 산책은 간헐적으로 강도 높은 운동을 하거나, 멀리 떠나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에요. 그들은 오히려 가까운 곳이더라도 자주 나가서 충분히 냄새를 맡을 때 더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해요.



그렇다면 얼마나 자주, 오래 산책을 해야 하나

강형욱 훈련사가 수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산책은 매일 하는 게 정석. 하지만 적당한 산책의 정도와 코스는 연령과 견종,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각양각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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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는 어디까지나 권장 사항이에요. 우리 아이가 워낙 에너지가 넘치고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한다면 더 길게 산책을 진행해도 무관합니다. 다만 오랜 기간 과한 산책으로 무리가 가지 않도록, 아이가 힘든 기색을 보이면 쉬었다가 산책을 계속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해요.

6개월령 미만의 어린 강아지는 5차 접종을 마친 후 외출해야 하며, 뼈와 근육이 성장 중이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거리를 규칙적으로 산책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령견의 경우, 적당한 산책은 면역력을 높여주며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요. 대신 체력에 부담이 되지 않게 집에서 가까운 곳을 짧게, 쉬엄쉬엄 다녀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슬개골 탈구에 취약한 포메라니안, 요크셔테리어, 말티즈 등과 같은 소형견에게 장시간 산책은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아이의 상태를 보아가며 걸어야 합니다. 코가 납작하고 짧은 퍼그와 시츄, 불독과 같은 단두종은 호흡기가 약해 격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아요. 비만견의 경우 체중 감량을 위해 무리한 운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관절과 심장에 부담이 된다고 해요. 따라서 산책 중에는 계단이나 경사가 없는 평지에서 운동량을 꾸준히 늘려주고, 수영이나 마사지, 식이요법 등을 통해 살을 빼는 것이 좋습니다.

산책의 반경은 집 근처부터 서서히 넓혀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산책 중 마킹도 하고 냄새도 맡으며 개에게 익숙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죠. 차를 타고 훌쩍 떠나는 것은 그 후의 일.



산책의 YES or NO

이토록 산책은 견바견 천차만별이에요. 그런데도 보편적인 산책의  행동 지침은 아래와 같아요.



산책의 YES (O)

1. 외출 전 예절 교육: 여행의 시작은 짐 싸기와 면세 쇼핑이듯, ‘산책 가자!’를 외치며 산책 가방을 챙기는 즉시 아이는 신이 나고 산책은 시작됩니다. 이 시점부터 차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앉아”와 “기다려"를 가르쳐 주세요.

‘산책’의 ‘산’만 듣고도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한 상태라면, 잠시 리쉬를 내려두고 침착해지면 다시 잡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하네스와 리쉬를 착용하고 집 안을 잠시 돌아다닌 후 문밖으로 나서는 것도 들뜬 아이를 진정시키는 방법이죠. 흥분으로 비롯된 문제 행동은 산책 시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TIP: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면, 엘리베이터 모서리 쪽에 앉게 한 다음 기다리도록 교육을 하거나 불안하지 않게 안아주세요. 아이와 이웃 모두를 위한 작지만 큰 배려입니다.


2. 편하고 몸에 맞는 가슴 줄 장착: 우리도 꽉 끼는 정장보다는 몸에 맞는 편한 옷을 입고 움직이는 것이 더 좋듯, 목이 조이지 않는 가슴 줄과 함께 라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어요. 실내에서 가슴 줄과 충분히 친해진 후, 벗겨지지 않도록 착용해 주세다.


3. 너와 나의 연결고리, 리쉬: 리쉬 사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1) 절대 놓지 않을 것, 그리고 2)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는 거리와 내가 아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거리를 유연하게 유지할 것. 밖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많아 언제든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방심은 절대 금물이에요.

CAUTION!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목줄 미착용 과태료가 최대 50만 원으로 대폭 향상되었으니 우리 모두 준법 시민이 됩시다.


4. 산책에 감칠맛을 더하는 간식: 산책은 훈련과 놀이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 훈련의 포인트는 즉각적인 보상과 칭찬이므로, 산책용 간식을 챙겨 두세요. 그리고 풀숲이나 낙엽 사이에 간식을 뿌려주면 아웃도어 노즈워크가 가능하고,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는 상황에서의 교육도 가능합니다.

5. 진드기 조심: 풀숲에서 뒹굴고 뛰놀다 보면 진드기가 몸에 붙을 수 있어요. 진드기에 물리면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가려우며 감염의 위험도 있으므로, 산책이 끝나면 몸 구석구석을 확인해주세요. 피를 빨아먹고 몸이 통통해진 진드기는 핀셋으로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데, 자칫 잘못 제거하면 진드기의 이빨 부분이 몸에 남아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진드기 관련 증상이 의심되면 동물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해요.


6. 깔끔한 뒷마무리: 산책 중 배변 활동은 개의 자연스러운 습성이며, 해당 구역에서 안심할 수 있다는 표현이기도 해요. 실외에서 본 대변은 기름칠한 듯 번지르르한 것이 실내에서의 결과물과는 사뭇 다른데, 이는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분비물이 묻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난 후 배변 봉투로 깔끔하게 뒷마무리를 책임집시다.

CAUTION! 배설물 미수거 역시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니 유의.


7. 나갔다 오면 손발 씻기: 산책이 끝나면 더러워진 발바닥과 입 주위, 엉덩이와 배를 꼼꼼하게 닦아 줍니다. 외출 후 매번 목욕하면 피부에 부담이 가고 번거롭지만 가벼운 세척과 빗질은 필수에요.


8. 산책 전·후 충분한 수분 섭취: 산책 전엔 밖에 고여 있는 더러운 물을 먹지 않도록, 산책 후엔 갈증 해소를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해요.



산책의 NO (X)


1. 식사 직후의 외출: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먹자마자 움직이면 소화에 무리가 갈 수 있어요. 가급적 식사 1시간 후에 산책하러 가거나, 산책 후에 밥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2. 팽팽한 목줄: 목줄이 팽팽한 상태로 장시간 걸으면 추후 관절염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목줄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쉽게 흥분하고 공격성을 보이는 등의 행동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줄이 당겨지면 멈추었다가 함께 걷기 시작하는 슬로우 스탑 훈련을 생활화 해봅시다.


3. 성급하고 여유 없는 산책: 개에게 산책의 본질은 냄새를 맡는 것. 이곳저곳 킁킁거리고 마킹을 할 여유를 주지 않고 목줄을 당기는 행동은 금물이에요.


4. 풀밭의 제초제: 잔디에 잡초를 잡기 위해 제초제가 뿌려져 있는 경우, 이를 먹거나 밟고 나서 발바닥을 핥으면 위험할 수 있어요. 제초제를 먹으면 구토나 설사, 경련이 일어날 수 있으며 산책 후 이상 증상을 보이면 반드시 병원을 찾는 것을 추천합니다.


5. 배변 후 바로 집으로: '실외 배변 = 산책 중단’이라 자칫 인지하게 되면 산책을 계속하기 위해 배변을 참는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아이가 볼일을 보았다면 여유 있게 산책을 마무리합니다.


6. 너무 덥거나 추운 날의 산책: 폭설, 혹한 등의 극한 기후로 산책이 불가한 날이라면 충분한 실내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를 도와주세요. 추위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기후 변화에 따른 개의 추위 체감도를 참고.


7. 미세먼지가 심한 날의 산책: 외출을 자제해야 할 만큼 미세먼지가 심한 날 역시 실내 활동을 추천해요. 개는 체중대비 흡수하는 공기량이 사람보다 많아 미세먼지에 더 취약하고 사람보다 키도 작아 중금속과 같은 무거운 유해물질에 더 노출되기 때문이에요.

실외 배변을 고집하는 아이라면 10분 내외의 짧은 산책을 권장합니다. 외출 후에는 꼭 목욕해서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책이 성공적이었다는 시그널

산책을 마친 아이가 차분해지고 평온한 표정을 짓는다면, 그리고 꿀잠에 빠진다면 산책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또 산책 중 배변 활동 역시 마음 편히 돌아다녔다는 청신호.

평소 실내에서 행동 문제가 있던 아이의 경우, 장기적으로 산책이 행동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요. 햇볕을 쬐고 다양한 냄새를 맡는 활동이 공격성을 낮추고 내적 평화를 주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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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개는 기분이 좋을 때 티가 난다



"최고의 명약은 걷기”라고 히포크라테스가 그랬는데 이는 어쩌면 개에게 더 해당하는 말이에요. 더 엄밀히 말하자면 ‘냄새를 맡으며 걷기’일 테죠.

냄새 읽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그들에게 간헐적 산책은 마치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책 없이, 어느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갇혀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개에게 산책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고, 그들은 우리와 함께가 아니면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무엇보다도 산책은 우리 아이와 내가 같은 속도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것임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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